미국엔 전세가 없다.
월세 아니면 자가 소유다.
전세제도가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는 매달 월세를 내고 산다는 말이나 다름 아니다.
미국 월세는 결코 싸지 않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웬만큼 괜찮은 집이나 아파트도 월세는 1,500달러 혹은 2,000달러를 훌쩍 넘는다.
월세는 일단 나가면 없어지는 돈이다. 전세처럼 일정기간뒤에 되돌려 받지도 못한다.
살면서 가장 아까운 돈이 월세로 빠져나가는 돈이다. 금액이나 작을까. 보통 가정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보통 가장 크다.
누군 집을 갖고 싶지 않아서 월세에 사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월세는 누가봐도 돈을 낭비하는 지름길임을 잘 알면서도 쉽사리 ‘월세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최근 주변의 아는 친구가 한 건물을 샀는데, 건물 2층에 거주하고 있는 한 미국인은 그 방 1개짜리 스튜디오를 지난 25년간 세들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은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종자돈을 모아 집을 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 미국인이 한달에 내는 월세는 1,500달러. 일년이면 18,000달러이고 10년이면 180,000달러, 20년이면 360,000달러, 25년이면 450,000달러이다.
요즘 포틀랜드의 평균 집값이 40만~50만달러 하니까 그 미국인 세입자가 일찌감치 뜻을 품고 30년짜리 장기주택담보대출(모기지)로 집을 샀다면 지금쯤 빚도 거의 청산하고 5년 후면 빚을 다 갚은, 온전한 집 한채를 재산으로 갖게 되는 것이다.
렌트(월세)는 결국 남는 게 하나도 없다.
반면 집을 사게 되면 비슷한 금액의 돈이 매달 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로 나가긴 한다.
보통 30년짜리 모기지를 받는데, 30년 동안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월세로 돈을 날리는 것보다 그 돈을 내 빚 갚는데 쓰는게 백번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집을 사기보다 월세로 그냥저냥 사는 사람들이 많다.
다운페이먼트(Downpayment)할 종잣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핑계”이다.
사실 다운페이먼트는 집값의 3%로라도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건 집을 사겠다는 의지인 것 같다. 다운페이먼트할 종잣돈이 없다면, 그 돈을 모으기위해 저축모드에 돌입해야 한다.
쓸 것 다 쓰고, 놀 것 다 놀고는 돈을 모을 수가 없다.
의지가 있어야 돈을 모을 수 있고, 그래야 돈이 쌓여 종잣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 집을 사야하는 큰 이유중의 하나는 인플레이션 헷지(Hedge)이다.
매년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인플레이션은 어쩔 수 없다.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월세도 오른다. 월세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오르기때문에 자연 집값도 덩달아 오를 수 밖에 없다.
역사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역대 집값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보시라. 한국의 경우 1997년 IMF, 미국의 경우 2008년 금융대란을 제외하고는 부동산은 언제나 꾸준히 올랐고, 이제 한국부동산은 1997년을 훨씬 뛰어 넘었고, 미국또한 2008년 부동산 폭락 이전 수준보다도 훨씬 더 올라서있다.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은 누구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집을 사는 것이 월세나 전세로 사는 것보다 확실히 낫다는 것이다.
그 말은 잘 알겠는데 돈이 없어서 집을 못산다는 얘기는 더이상 하지말자.
돈이 없으면 돈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처음에 투자할 종잣돈을 얼마나 빨리 잘 모으느냐가 재테크 성공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25년간 월세를 내고 사는 삶이 좋으면 할 수 없다.
부자의 길은 멀겠지만 나름 의미를 찾고 행복한 인생이라면 뭐라 할말은 없다. (돈이 인생의 기준이고 전부는 아니니깐)
미국으로 단기체류하러 왔는데 월세는 아깝고 부동산을 사기에는 왠지 부담스럽고 해서 고민하시는 분들이 꽤 많다.
5년 내지 10년동안 체류할 계획이라면 월세보다는 구매가 낫지 않을까 싶다.
일단 5년뒤에 지금 산 집의 가격이 오를까 내릴까는 생각하지 말아보자.
그리고 향후 5년 혹은 10년간 낼 렌트비를 계산하고, 또 만약 집을 샀을 경우 모기지를 얼마를 갚을 수 있을지를 계산해보자.
그리고 어느 것이 더 나은지 따져보자.
내가 모기지를 받으며 낸 원금과 이자는 결국 집과 함께 남는 것이고, 렌트로 나가는 돈은 하나도 쌓이지 않고 버려지는 돈이다.
무리해서 집을 꼭 사야만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단 그렇다면 큰 돈을 모으거나, 향후 경제적 자유를 꿈꿀 생각은 접어야 한다.
고생하지 않고 부자가 되는 길은 없다.
어느 부자도 처음부터 부자는 아니다.
다 처음이 어렵고 힘든 것이다.
그렇게 쉽다면 누구나 부자가 됐을 것이다.
종잣돈 만들기가 힘들다고 하기전에, 내 씀씀이와 생활, 소비 습관을 먼저 체크해보라.
단지 안할뿐이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재테크도 마음먹기 나름인 셈이다.
포틀랜드(오레곤)=최성욱
오레곤주/워싱턴주 라이선스 부동산 에이전트